한 사건이 아니라 세 가지가 동시에 목을 조였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손석희가 두 번 등장한다 — 무너뜨린 쪽으로 한 번, 살려낸 쪽으로 한 번.
100분토론 출연 이후 '정치적'이라는 꼬리표. 이명박 정부 국정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82명에 포함됐다.
KBS 오늘밤 김제동의 김정은 미화 논란, 이듬해 지자체 고액 강연료 논란. 소통 이미지가 깨졌다.
관찰예능·리얼리티가 판을 먹는 사이, 스튜디오에서 말로 사람 울리는 방식은 자리를 잃었다.
김제동이 방송에서 직접 밝힌 일화다. 나중에 손석희에게 "내 인생 100분토론 때문에 망했다"고 따졌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거기에 대한 내 책임은 없고요.
— 김제동이 전한 손석희의 답변. 김제동은 "참 재수 없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웃자고 한 얘기지만 구조는 진지하다. 김제동의 방송 생명은 조직이 아니라 손석희라는 한 사람의 판단에 얹혀 있었다. 예능 PD들이 원해서 부른 자리가 아니라, 보도담당 사장이 만들어준 자리였기 때문이다.
다만 "손석희가 물러나서 김제동이 끝났다"는 단선 인과는 과장이다. 톡투유는 2018년에 이미 끝났고, 손석희가 힘을 잃기 전이다. 김제동은 그 사이 KBS로 옮겨가 자기 논란으로 무너졌다. 손석희가 있었어도 그건 막을 수 없었다.
날 세우는 것이 직업이다. 정치색은 신뢰도와 직결되는 자산이었다.
웃겨야 먹고산다. 시청자 절반이 채널을 돌리는 순간 정치색은 순수한 부채가 된다.
같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김구라가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것도 같은 이유다. 외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남는다.
방송에서 잘린 게 아니라, 방송이 그를 부를 이유가 사라진 쪽에 가깝다. 정치적 짐은 무거워졌고 시장 가치는 가벼워졌으니 방송사가 리스크를 안을 유인이 없다. 본인은 그래서 무대로 갔고 — 어쩌면 그게 원래 자리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