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에세이

자본의 거울과
두 개의 달

1장. 엇갈린 운명

창밖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두 개의 그래프가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금(Gold)과 비트코인.

최근 들어 이 두 자산은 기묘할 정도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치 오래된 연인이 사소한 말다툼 끝에 서로 다른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였다.

금값은 역사상 최고점과 거의 맞닿아 있었다. 지난 10월, 1트로이온스당 4,381달러라는 숫자를 찍었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지금, 가격은 4,342달러. 최고점 대비 고작 0.89% 하락했을 뿐이다. 금은 여전히 그 높은 곳에서, 마치 고고한 산양처럼 평온하게 풀을 뜯고 있었다.

반면 비트코인은 달랐다. 역사상 최고가였던 12만 6천 달러라는 영광은 어느새 희미한 기억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8만 7천 달러, 혹은 8만 8천 달러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다. 최고점 대비 무려 30%나 추락한 상태다.

한때 그들은 '동반 상승'이라는 이름 아래 쌍둥이처럼 움직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것은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다. 미국의 금융 시장이라는 거대한 숲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주 중요한 변화를 비추는 거울이다. 이 거울을 제대로 들여다본다면 주식과 채권, 나아가 경제 전체의 미래라는 풍경이 보일지도 모른다.


2장. 타락한 달러와 홍수

시간을 조금 되돌려보자. 그들이 왜 손을 잡고 함께 올랐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원인은 단순했다. 달러가 타락했기 때문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의 팬데믹. 연준(Fed)은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윤전기를 미친 듯이 돌려댔다. 마치 세상의 끝이 오기 전에 모든 잉크를 써버리려는 사람들처럼.

연준의 자산 규모를 보면 그 광기가 짐작된다. 2007년 8,800억 달러였던 자산은 2025년 5조 달러가 되었다. 18년 만에 7배. 그것은 돈의 홍수였다. 달러라는 종잇조각이 세상에 넘쳐나자, 현명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내 주머니 속의 달러가 녹아내리고 있구나.'

1971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물가는 누적 56% 급등했다. 마치 여름날의 아이스크림처럼 자산 가치가 녹아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실물 자산이라는 냉동고를 찾아 헤맸다. 주식, 금, 비트코인. 무엇이든 달러가 아닌 것에 올라타야 했다. 그것이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의 진실이었다.

S&P 500 지수는 365% 올랐고, 나스닥은 760% 폭등했다. 금은 423%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2009년 무(無)에서 시작했기에 계산조차 불가능한, 사실상 무한대의 상승이었다.


3장. 10월의 변곡점

모든 파티에는 끝이 있다. 2025년 10월, 음악이 멈추고 조명이 바뀌었다. 비트코인만이 홀로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왜 비트코인만 버림받았을까. 여기에는 정치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때 코인을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비트코인은 달러가 너무 약해질 때 물을 빼주는 수로(水路) 같은 것이었다. 뚝을 무너뜨려 물을 흘려보내는 용도.

하지만 비트코인이 너무 거대해져서 금처럼 달러의 지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은 트럼프가 원하는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브레이크를 밟았다. 베센트(Bessent) 재무장관이 그 악역을 맡았다.

베센트는 미국의 '국채 발행 준칙'이라는 오래된 약속을 깨뜨렸다. 원래는 전체 빚의 20%만 단기로 빌리고, 80%는 장기로 빌려야 한다. 하지만 그는 2025년 들어 단기 국채를 전체의 55%나 찍어냈다.

이것은 시장에 거대한 진공청소기를 들이댄 것과 같았다. 단기 금융 시장에 떠다니던 돈들을 미국 정부가 모조리 빨아들인 것이다.

비트코인은 본질적으로 투기적 성향이 강해 단기 자금 시장의 유동성에 민감하다. 앤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자금도, 레버리지를 쓰는 투자자들도 모두 단기 자금에 의존한다. 그런데 베센트가 그 물을 다 말려버린 것이다. 물이 빠진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면 금은 달랐다. 금 투자자들은 긴 호흡을 가진다. 베센트가 장기 국채 발행을 줄인 덕분에 장기 금리는 덜 올랐고, 덕분에 금은 그 높은 자리에서 버틸 수 있었다.


4장. 파월의 400억 달러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술뿐이었다. 그리고 12월, 파월은 묘한 표정으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매월 400억 달러 어치의 단기 국채를 사들이겠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장의 물이 너무 말라버려서, 펌프로 물을 다시 공급하겠다는 뜻이다. 연준이 긴축을 한다고 해놓고, 뒤로는 돈을 풀기 시작한 것이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이 혼란스러운 정책은 그만큼 단기 자금 시장의 발작이 심각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베센트가 1년 동안 1조 달러의 단기 국채를 쏟아부어 시장의 돈을 빨아들였는데, 파월이 붓는 월 400억 달러의 물로 해갈이 될까?

만약 이 돈이 충분하다면 비트코인은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은 결국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또 한 번의 파티를 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족하다면? 비트코인은 계속해서 목이 마를 것이고, 주식 시장 또한 그 갈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5장. 차별화의 시대

이제 '무엇을 사도 오르는' 시대는 끝났다. 숲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고, 동물들은 각자의 생존 방식을 찾아 흩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단기 자금 시장의 유동성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파월의 400억 달러가 충분한지 아닌지는 비트코인 가격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금 역시 안심할 수는 없다. 지금은 베센트의 기형적인 국채 발행 덕분에 버티고 있지만, 만약 장기 국채 시장에서도 신용 경색이 일어난다면 금값 또한 흔들릴 수 있다. 인플레이션보다 금리가 더 빠르게 튀어 오르는 순간, 금은 빛을 잃을 것이다.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화면을 바라본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대차별화(Great Differentiation)'의 시대가 도래했다. 금과 비트코인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거울이 보여주는 신호를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게 읽어내야 한다.

자산 시장의 겨울은 소리 없이 다가오지만, 그 징후는 이미 차트 위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