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밀리미터. 말이 좋아 1억이지, 그것을 익숙한 단위로 환산하면 100킬로미터가 된다. 나는 지금부터 100일 동안, 구석진 시골의 농로를 왕복 1.6킬로미터씩, 총 63번을 오가는 지루한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마라톤 대회 참가라는, 내 인생에 없을 것 같던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내 몸 상태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가 있겠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저질'이다. 내 혈관에는 과자와 가공식품이 흐르고 있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최악의 수면 패턴이 세포 하나하나에 깊이 박혀 있다. 팔은 부러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늘고, 근육량은 눈물겨운 수준인 주제에 체지방은 과다한, 전형적인 '마른 비만 멸치'의 형상. 이것이 내추럴한 나의 상태다.
Chapter 1 멸치의 비명
첫 주에는 700미터 정도의 가벼운 조깅으로 시작했다. 멸치가 갑자기 파닥거리면 급사할 위험이 있다는 학계의 정설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아침 7시, 세수도 하지 않고 러닝복도 없이 대충 밖으로 나갔다. 그때는 몰랐다. 달리기라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2주 차가 되었지만, 여전히 한계는 700미터였다. 아침 공기를 가르며 달리면 상쾌해질 거라는 기대는 보기 좋게 배신당했다. 앞은 흐릿해지고 호흡은 거칠어졌으며, 건강은 급격히 악화되는 기분이었다. 500미터쯤 지났을까, 비 오듯 땀을 흘리는데 고관절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져 왔다. 엄마에게 물려받은 관절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역시 운동은 너무 위험해."
스포츠는 나와의 싸움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평화주의자다. 굳이 나 자신과 싸워 피를 볼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스트레칭용 요가를 추가했다.
Chapter 2 자본주의의 힘과 권태
일주일에 엿새는 달렸지만, 의욕은 도무지 생기지 않았다. 고심 끝에 나는 자본주의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갤럭시 워치. 하루에 두 번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확실히 장비가 생기니 기록을 측정하는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한 달이 지나도록 달리기는 지루했고, 고통스러웠으며, 도대체 이 짓을 왜 해야 하는지 존재론적인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러너스 하이? 그런 건 건강한 사람들이 지어낸 거짓말 같았다.
인내심이 바닥을 보일 무렵, 나는 더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 마라톤 신청이었다. 유튜브 속 고인물 러너들의 페이스를 흉내 내며 거리를 3킬로미터로 늘렸다. 그러자 몸에서 기이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달리고 나면 얼굴은 흙빛으로 갈변했고, 콧물은 수도꼭지처럼 흘렀으며, 기침은 멈추지 않았다.
Chapter 3 400만 밀리미터의 대회
그렇게 쌓인 거리가 총 100킬로미터. 그리고 대망의 마라톤 대회 날이 밝았다. 우리가 참가하는 코스는 무려 400만 밀리미터, 즉 4킬로미터다. 풀 코스도, 하프도, 10킬로미터도 아닌 4킬로미터.
대회장의 아침 기온은 섭씨 5도. 마치 거대한 냉장고 속에 갇힌 듯한 날씨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테이핑을 감고 전문 장비를 갖춘 사람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슬리퍼를 끌고 나온 아저씨, 잠옷 바람의 노인분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라이벌이었다.
오전 9시 정각. 풀 마라톤 주자들이 먼저 출발했다. 1킬로미터를 4분 16초에 주파하는, 나와는 다른 종족들. 나는 그들을 내 세계에서 지워버리기로 했다. 축포가 터지고,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목표는 페이스 6으로 쉬지 않고 완주하는 것. 실패 확률 89퍼센트.
출발 직후,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했다. 하지만 1킬로미터를 지날 즈음, 길바닥에 나뒹구는 비옷들이 보였다. 파란 옷을 입은 사람과 빨간 모자를 쓴 꼬마가 나를 추월해 나갔다.
'질 수 없지.'
나는 지독한 훈련을 떠올렸다. 겨우 12분 만에 반환점을 돌았다. 목이 탔지만 물은 마시지 않았다. 4킬로미터 러너에게 급수대는 사치다. 내 몸속의 수분으로 버티기로 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입에서 흐르는 건 침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이라고, 나는 스스로를 속였다. 허파가 터질 것 같았지만 페이스를 늦추지 않았다.
Chapter 4 결승선과 5천 원
함께 뛰던 카메라맨 로아가 치고 나갔다. 나는 개 짖는 소리처럼 들리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마지막 힘을 쥐어짰다. 출발 26분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메달은 과자 봉지 같은 비닐 안에 봉인되어 있었다. 나는 헐떡이며 생각했다. 이 정도 고생을 했으면 메달 정도는 받아도 된다고. 비록 각인비가 5천 원이나 하는 유료 서비스였지만, 나는 기꺼이 그 돈을 지불하고 내 기록을 새겨 넣었다.
Epilogue
5개월간의 100킬로미터 달리기, 그리고 4킬로미터 마라톤 완주. 이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여정의 결과, 몸무게는 1킬로그램이 늘었다. 발바닥에 굳은살 하나 생기지 않았고, 안색은 조금 더 퀭해졌다. 계단을 오를 때 숨이 덜 찬다는 것 외에는 드라마틱한 신체적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아침 운동이 주는 묘한 만족감을 알게 되었다. 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희미해졌고, 무엇보다 목표를 이루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재능도 기술도 아닌, 그저 꾸준함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건강도, 삶도, 사람도 그렇게 서서히 축적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