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Essay

모래성 위의 코스피

: 5,200에서 5,800까지, 누가 이 랠리를 만들었는가

코스피가 5,800을 찍었다. 뉴스 앵커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고, 증권사 리포트에는 장밋빛 전망이 빼곡했다. "대한민국 증시가 드디어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그 문장을 믿고 싶어 했다. 오랫동안 2,000과 3,000 사이를 헤매던 지수가 마침내 자기 자리를 찾았다는 안도감.

그런데 박종원은 그 안도감 뒤에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다고 했다. 대부분이 모르거나, 소수가 알면서도 함구하고 있는 비밀. 그는 나름의 용기를 내어 그것을 말하겠다고 했다. 총대를 메겠다는 표현을 썼다. 증시 해설가가 총대라는 단어를 쓸 때, 그건 보통 일이 아니다.


Chapter 1 5,200까지는, 우리의 힘이었다

먼저 좋은 이야기부터 하자. 코스피가 5,000을 돌파하고 5,200까지 올라간 것, 이건 진짜였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왔고, HBM은 품절이 됐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역대급이었다. 거기에 정부가 제도를 바꿨다. 그동안 돈을 풀면 강남 집값만 올리던 구조를,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주식시장으로 물길을 틀었다.

2,300 → 5,200. 이 구간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으로 올랐다. 대한민국의 저력이 맞고, 제도 개선도 맞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Chapter 2 이상한 나라의 수급표

5,200에서 5,800으로 가는 동안, 굉장히 이상한 현상들이 일어났다. 언론 보도만 보면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외국인이 팔았지만, 기관이 더 많이 샀다." 이 한 줄이면 충분히 안심이 되지 않는가.

2월 3일부터 20일까지의 수급 현황을 들여다보자. 개인은 6조 4천억 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은 7조 8천억 원어치를 팔았다. 그런데 기관이 11조 5천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숫자만 보면, 아무리 봐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기관'이라는 한 단어 속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돈들이 뒤섞여 있다.

투자 주체 순매매 해석
개인 -6.4조 고점 인식, 차익실현 후 이탈
외국인 -7.8조 선물로 조종하며 현물 매도
보험사 -0.45조 장기 투자자, 소극적
투신·사모 +1.6조 1월에 판 것을 되산 것뿐
연기금 -0.05조 비중 한도 초과, 사고 싶어도 못 삼
금융투자 +10.2조 초단기, 외국인 선물에 기계적 반응

장기 투자를 하는 보험사는 오히려 4,500억 원어치를 팔았다. 투신과 사모는 1조 6천억 원을 샀지만, 이들은 1월 말에 같은 금액을 먼저 팔았던 것을 되산 것에 불과하다. 수익률 경쟁에 뒤처질까 봐 뒤늦게 올라탄 것이다. 국민연금은 목표 비중 14.9%를 이미 넘어 17%를 돌파했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11조 5천억 원 중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답은 하나다.

금융투자, +10조 2천억 원. 기관 순매수의 89%가 초단기 성격의 금융투자 회사에서 나왔다. 이 돈은 장기 투자 의지가 아니라, 외국인이 선물을 사면 기계적으로 따라 사는 돈이다.

Chapter 3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법

원래 현물이 몸통이고, 선물은 꼬리여야 한다. 실물 경제가 움직이면 파생 상품이 따라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었다.

메커니즘은 이렇다. 외국인이 적은 증거금으로 선물을 대량 매수한다.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비싸진다. 그 괴리를 본 금융투자 회사들이 차익거래에 뛰어든다. "비싼 선물을 팔고, 싼 현물을 사자." 무위험으로 눈곱만큼의 이익을 먹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눈곱만큼의 이익을 위해 금융투자가 현물을 사들이는 순간, 현물 가격이 올라간다. 그리고 외국인은 그 올라간 가격에 자신의 보유 현물을 비싸게 팔고 떠난다. 매일 조 단위로.

"외국인들은 이 메커니즘을 너무나도 영리하게 이용합니다. 금융투자한테 주식을 사게 만들어서, 자기들은 비싸게 팔고 나가는 걸 2월 내내 반복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뉴스에는 이런 제목이 달린다. "외국인이 팔아도 기관이 받쳐준다." 맞는 말이다. 기관이 사긴 샀다. 하지만 그 기관의 돈은 자기 의지로 산 것이 아니라, 외국인이 선물로 끌어올린 가격에 기계적으로 반응한 초단기 자금이다. 착시 현상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Chapter 4 변심의 순간

문제는 반대 방향이다. 외국인이 어느 날 아침, 변심을 한다. 선물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전일 종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출발시킨다. 갭 하락.

그 순간, 금융투자는 정확히 반대로 움직인다. 싸진 선물을 사고, 보유하고 있던 현물을 엄청난 속도로 내다 판다. 10조 2천억 원. 이 돈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지수는 600포인트가 빠질 수 있다. 금융투자를 욕할 필요는 없다. 이건 그냥 금융 시스템의 메커니즘이다. 기계가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그런데 원래 대한민국에는, 이런 충격을 흡수해 줄 강력한 주체들이 있었다. 국민연금이 지수를 방어하고, 장기 투자 자금이 하락을 받쳐주는 구조. 하지만 지금은 그 방어선이 모두 무너져 있다.

국민연금 — 목표 비중 14.9%를 넘어 약 18%까지 올라갔다. 추가 매수 여력이 없다. 주가가 빠져도 방어할 수 없다.

개인 스마트머니 — 작년에 투자해서 더블을 먹고 나온 사람들이다. 이미 대체 투자로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금융투자 10.2조 — 자기 의지가 없는 돈이다. 외국인이 방향을 바꾸면, 같은 규모로 반대 방향에 서게 된다.

받아줄 사람이 없는 시장. 모래성 위에 지어진 5,800이라는 숫자.


Chapter 5 그래도 펀더멘탈이 좋지 않은가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반드시 이런 반론이 나온다. "그래도 HBM 품절이잖아요. 하이닉스 실적 역대급이잖아요. 기업 가치가 결국 주가를 결정하는 거 아닌가요?"

맞다. 정확한 말이다. HBM 수요는 폭발하고 있고, 메모리도 품절이다. 추가 모멘텀이 생길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엔비디아를 보라. 작년 가을 이후에도 엄청난 실적을 냈다. 그런데 엔비디아 주가가 엄청나게 올랐는가? 그렇지 않다. 기업이 아무리 좋아도, 더 중요한 것은 당장의 수급이다. 장기적으로 펀더멘탈이 주가를 결정하는 건 맞다. 하지만 수급이 무너지면, 그 장기가 오기 전에 주가는 얼마든지 하락할 수 있다.

Epilogue: 경계심을 갖되, 겁먹지 말 것

박종원은 분명히 말했다. 이건 주식을 사라, 팔아라 하는 가이드가 아니라고. 지금 현재 주가가 왜 올랐는지 정확하게 이해해야, 나중에 변동성이 생기더라도 대비할 수 있고, 대응할 수 있다고.

5,200까지는 우리의 힘이었다.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5,200에서 5,800까지는, 외국인이 선물로 꼬리를 흔들고 금융투자 10조 2천억 원이 기계적으로 따라간 구간이다.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대응력을 키우시기 위해서."

코스피 5,800이라는 숫자는 아름답다. 하지만 그 숫자를 떠받치는 토대가 무엇인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는, 아주 먼 거리가 있다. 모래성은 아름답지만, 파도는 언제나 예고 없이 온다.